안녕. 오랜만에 들어왔다. 2년만인가?
헤어져서 많이 힘들지? 재회라도 해야 내가 살 것 같고, 당장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매달리고 싶은 그 마음, 나도 정말 잘 알아.
나도 한때는 정이 너무 많아서 문제인 사람이었어.
한번 마음을 주면 놓지를 못해서 헤어지고 나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붙잡으려 애썼지.
우선, 나는 나이가 좀 있어서 연애경험이 많아. 여기서 주로 활동하는 친구들은 나이가 어릴 거라 생각해!
내가 전남친들이랑 헤어지게 된 이유를 말해보자면 정말 다양해. 사내연애 하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내가 아주 큰 잘못을 하게돼서 헤어지게 됐어. 또 다른 전남친은 자기가 원나잇하고 성병까지 걸려왔는데 당당하게 헤어지자 한 적도 있었어.
그런 전남친들이랑 다시 만나고 싶어서 강남역 한복판에서 용서해달라며 무릎 꿇고 빈 적도 있고 편지랑 선물 공세를 퍼부은 적도 있어.
그때는 재회 말고는 눈에 뵈는 게 없었거든.
심지어 나는 경영학+심리학 전공인데 심리상담가 준비 중인 대학동기의 공부까지 방해해가며 하루종일 전화하고 상담할 정도였어.
그 간절함 때문에 타로, 신점, 사주, 부적, 초발원까지... 정말 굿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아. 헤어질 때 마다 그랬었어.
내가 이렇게 말을 해도 너희들이 그런 곳에 돈 쓰는게 아깝지 않고 현재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딱 한번만 자기 위로용으로는 괜찮아.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어쩌겠어.
하지만 나중에 시간 지나면 나처럼 후회할까 싶어 걱정이 돼.
결혼 적령기이다 보니 거기에 돈 쓰지않고 모았다면 결혼 준비 할 때 좀 더 여유로웠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차라리 정신과 상담을 받거나 운동하는게 남는거야.
무속이나 타로 등에 수많은 돈과 시간을 써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였어.
재회가 된다면 오히려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잃게 만드는게 무속이더라.
내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기억이 뭐냐면 재회가 간절해서 무당한테 거액의 치성을 올렸는데, 딱 한 달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내 아빠가 죽어가고 있을 때, 나는 고작 재회하겠다고 무속에 기대며 돈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너무 큰 현타로 다가오더라.
결국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고, 남은 건 허망함과 무속인들의 가스라이팅뿐이었지.
잠시 운좋게 공수가 들어맞아서 다시 만날 수는 있어. 나도 그래본 적 있어서 진짜 용하다는 말을 골백번 외쳤거든.
하지만 한번 깨진 그릇은 다시 붙여봤자 결국 또 깨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이미 금이 간 관계를 억지로 이어 붙이려다 보면 내 손만 더 깊게 베이게 되는거 알지?
너희들은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니까 이제는 알아야 해. 무속이나 타로가 운명을 결정하게 두지 않았음 좋겠어.
네가 쏟았던 그 정과 에너지, 돈은 사실 상대와 재회를 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과 가족을 위해 소비했음 좋겠어. 부모님이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비싼 값을 치르고 배운 내 경험이 너희들에게 조금이라도 와닿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젠 나도 헤어지면 우리 엄마 생각하면서 이 악물고 버텨. 우리 엄마는 사별 이잖아. 사별이 젤 힘들더라.
우리 구걸해서 얻은 사랑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사랑받고 존중받는 사람과 사랑하자.
너의 존재 자체는 축복이야.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