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나보다 어린 대학생인 전여친을 만났어. 한 달 정도 만나다가 내가 고백해서 사귀게 됐지. 근데 사귀자마자 내가 두 달 정도 해외 출장을 가게 돼서 시작부터 장거리 연애였어.
매일 영상통화를 하긴 했는데, 내가 일이 힘들어지니까 점점 말이 줄어들었나 봐. 여친은 서운해했고, 관계가 소홀해지는 걸 느꼈는지 커플 앱 같은 걸로 노력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어. 나도 내 딴에는 노력한다고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아.
출장에서 돌아온 뒤에는 내가 더 잘해주고 싶어서 데이트 비용도 거의 다 내고, 데이트 끝나면 항상 집까지 데려다줬어. 근데 여친은 그럴 때마다 고마워 하면서도 미안해하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부담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중간에 사소한 갈등도 있었어. 여친이 친구들이나 학교 모임에서 연락이 늦어지면 내가 서운함을 느꼈는데, 싸우기 싫어서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단 걱정돼서 그랬다고 돌려 말했어. 여친은 미안하다며 믿어달라고 했고, 그 뒤로는 별다른 다툼 없이 잘 지내는 줄 알았지.
그러다 헤어지기 일주일 전쯤, 우리 집에 며칠 머물다 갔는데 그때 나한테 "쎄한 느낌 잘 느껴?"라고 묻더라. 그게 좀 마음에 걸렸어. 그리고 바로 다음 주에 갑자기 전화로 이별 통보를 받았어.
헤어지자는 이유는 자기 친구들이 우리 관계가 안 어울린다고 계속 이야기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였어. 친구들이랑 더는 싸우기 싫어서 헤어지는 거라고, 차라리 자기를 욕하라고 하더라.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내 말도 거절했어.
헤어지고 나서 너무 힘들어서 일주일 뒤, 그리고 또 2주 뒤에 다시 잘해보고 싶다고 장문의 카톡을 두 번 보냈는데 전부 읽고 답장은 없었어.
최근에는 남은 짐 문제로 연락했는데, 엄청 방어적으로 나오면서 짐은 보냈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 내 짐은 그냥 버려달라고 하고. 그 뒤로 카톡은 멀프 그대로지만 차단이 풀렸던 인스타도 다시 차단당했어. 그래서 나도 알겠다고, 잘 지내라는 식으로 마무리했어.
연애할 때 여친이 나한테 "오빠는 나랑 뭐하고 싶어?"라고 물어봤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항상 비슷한 대답만 했던 것 같아. 아마 친구들한테 우리 데이트가 항상 단조롭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친구들 이야기는 그냥 핑계였을까? 내가 너무 맞춰주고 잘해주려고만 한 게 오히려 독이 된 건지, 그냥 마음이 식은 건지 잘 모르겠다. 카톡 메인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때는 디데이가 있었는데 지금쯤 100일 좀 넘었겠지? 마지막에 그렇게 단호하게 나오는 걸 보니 이제 정말 끝인 거겠지.
내가 그런 분위기를 못 만들어준거겠지?
해외 출장 같은 건 사귀기 전에도 종종 간다라고 이야기했어서 상대가 이해해줬었는데 그게 아니였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