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재회 후기
3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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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에 가까워져서 하산하려고 해
사귄 기간은 이전에 이별해 있던 시간(1번 4달 정도 헤어짐) 빼면 2년 정도 되고, 이별 사유는 서로를 이해 못해서 자주 싸우다가 둘다 지친 거였어. 주로 내가 서운함을 이야기했고, 남자친구는 일정 시점까지는 다 들어 주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사소한 것도 들어 주지 않으려 했고.

마지막으로 이별을 말한 사람은 나였지만 둘다 관계의 끝을 직감하고 있었어서 남자친구는 바로 받아들였어. 헤어지기 전 1달은 거의 1-2주에 한 번 남자친구가 우리 관계가 더 나아질 거 같지 않다고,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고 할 정도로 서로 많이 지쳐 있었어. 난 전형적인 불안형이라 상대가 거리를 두면 무서워서 늘 설득하면서 붙잡았고, 몇 시간만에 다시 붙었어.

근데 근본적인 문제는 계속 있다 보니 시간을 가진 적도 있었고, 잘해 보기로 했지만 결국 쌓인 감정과 스트레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서로의 모습 때문에 헤어지게 됐어. 헤어질 당시엔 역대급으로 크게 싸웠고, 난 처음엔 재회 생각이 없었어. 그래서 일주일 뒤에 정리하는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은 없더라고.

1달 반이 지나고도 계속 전 남자친구가 생각이 났고, 난 자아성찰도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장문으로 연락을 했었어. 상대도 장문으로 친절하게 답장을 해 줬지만 결론은 거절 ㅎㅎ... 차마 더 잡진 못하고 받아들인다고 나중에 둘다 시간 나면 커피나 먹자고 하고 연락을 3달 동안 끊었어.

연락하지 않는 동안에 나는 진짜 열심히 노력했어. 상대가 바랐던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 난 뭘 좋아할까 뭘 할 때 재밌을까 하면서 상대한테 의존하던 나에서 벗어나려고.

난 사실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라는 마음을 늘 한 켠에 가지고 있었어. 왜냐면 나도 재회 유튜브 많이 봐서 진짜 사랑한 적 있고 지쳐서 헤어졌다면 마음 풀릴 때 쯤 생각이 난단 말 믿고 싶었거든 ㅎㅎ 근데 몇 주 전에 있던 걔랑 나한테 의미 있는 날에도 연락이 따로 없어서 그때부터 마음을 좀 놨어. 염탐해 보니 종종 본인 취미도 즐기고, 일도 하고 나랑 만날 때 나 때문에 못 만나던 친구들도 만나면서 지내길래 아 얘는 진짜 잘 살구나... 싶었고.

그래서 마음 어느 정도 접고, 계속 열심히 살았어. 그러면서 느낀 건 이전에 연락했던 1달 반은 참 짧았구나 싶더라. 사람이 변하는 덴 못해도 3달은 걸리고 상대가 느끼기에도 그쯤은 되어야 믿을 만하니까 ㅎㅎ... 그러다 정말 갑자기 연락이 오더라. 처음인 안부를 묻는 연락이었어. 다시 만나자 이런 말은 없고, 그냥 딱 연락 불편하면 미안한데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서 연락했다는 뉘앙스였어.

내가 생각하는 상대 성격은 절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단 이유 하나만으로 전 여자친구한테 연락할 거 같지 않아서 미련이 있나? 싶었는데, 처음이 답이 너무 느린 거야. 찔러보긴가 싶다가도 대화 이어 가려는 노력은 엄청나게 하는 모습이 보여서 헷갈리니까 너무 속상하고 힘들었어.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또 상대의 의도는 뭘까 쟨 어떤 감정일까처럼 알 수 없는 걸로 고민하면 이전의 연애와 이전에 싸운 걸 반복하는 내가 될 거 같은 거야. 그래서 일단은 편하게 대화부터 해 보기로 했어. 상대 말은 다 좋게 성의있게 대답하되 내가 먼저 말을 많이 하진 않았어.

며칠 대화하다가 상대랑 동시에 카톡방에 접속했는데, 그때 많은 대화를 했어. 상대가 조금씩 솔직하게 말하더라고. 프로필 사진 바뀐 게 너무 예뻐서 여러 번 눌러 봤고, 어느 날부터인가 너무 보고 싶어서 사람들이 왜 염탐 안 하려고 차단하는지 이해할 만큼 신경이 쓰였다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진짜 온갖 루트로 염탐을 했고, 못 참겠어서 연락한 거래. 그러면서 이전에 싸웠던 일들 본인이 먼저 말하면서 미안했다고 사과하더라... 지금 보니 별거 아닌데 그땐 자기가 너무 예민했고 미숙했다고. 나도 미안했던 거 이야기하고, 어느 정도 미련이 있었단 걸 솔직히 말했어. 아직 다시 만나자고 확정 지은 건 아니지만, 같이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해 주고 싶은 말은 진짜로 사랑했고, 여러 번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잘 안 돼서 서로 지쳐 헤어진 거라면 시간을 가지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더라. 나도 상대도 격앙되어 있는 감정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할 시간도 필요하니까. 특히, 의존성 문제로 헤어졌다면 독립심 기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거 같아.

난 상대가 대화 며칠 하고 나한테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 거 같아”라고 먼저 이야기를 할 만큼 생각도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 나를 좀 더 사랑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낼 줄 알게 됐거든. 헤어져 있는 동안 나는 상대를 위해, 재회를 위해가 아니라 나를 위해 노력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면 댓글로 말해 줘 종종 답변하러 들어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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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일전
    대단하다…..진짜 멋져 ㅜㅜ 본받을게
  2. 3일전
    나도 지금은 담담하게 적지만 상대 인스타만 1시간에 10번 들어가 보고, 팔로잉 늘면 누굴까 미친듯이 찾아보고 그랬어 ㅋㅋㅋㅋ 별이도 할 수 있다 화이팅이야
  3. 3일전
    이별 4개월차야. 기운얻고간다 ^^
    행복하렴!!
  4. 3일전
    고마워 별이도 좋은 일 있기를 바라!
  5. 3일전
     비밀댓글 입니다.
  6. 3일전
     비밀댓글 입니다.
  7. 3일전
    우선 정말 축하해…! 나도 불안형이라 비슷한 점도 있어서, 열심히 읽었어.
    혹시 괜찮다면 연락하지 않는 동안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나도 불안형 극복하고 싶어서…ㅜㅜ
    그리고 상대방이 프사 바뀐 거 눌러 보고, 보고 싶다고 느낀 게 언제쯤인지도 궁금해…!
  8. 3일전
     비밀댓글 입니다.
  9. 3일전
     비밀댓글 입니다.
  10. 3일전
     비밀댓글 입니다.